지난 겨울과 초봄 사이에 PED가 전국을 휩쓸다시피 한 건 이미 강호에 잘 알려진 사실일 터인데, 그 참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모돈 200두가 조금 넘는 농장에서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겨우 생산해낸 어린 자돈들을 속수무책으로 죽이고 있었지.불행 중 다행히 2주령을 가까스로 넘긴 애들이 몇 복 있었는데 그만 모돈들의 젖이 마르기 시작했다네. 아마도 PED에 감염되면서 무유증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는데, 앞뒤 사정을 봐서는 이 추측이 맞을 것 같아.이런 저간의 사정을 전화로 얘기하길래 측은한 마음에 나름 성심성의껏 도움이
이전 직장에서 일하는 이가 전화와 함께 보내준 사진 속의 돼지들은 아주 전형적인 직장탈(탈홍)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건강한 상태의 육성돈들이었다(아마도 이유하고 나서 약 한 달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그 농장의 돼지들이 대부분 이 정도의 상태라면 이유 후 사양환경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것이고, PRRS같은 못된 질병에 조기 감염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농장주며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드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돼지들에게서 뜬금없이
최근 모 TV 방송사 뉴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관해 보도하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대만의 방송사에서 다룬 내용을 옮겨 방송한 것인데 지난해 12월 18일 보도된 것으로 주요 내용은 두 가지이다.지난 2023년 4월부터 중국 북부지방(허베이, 허난, 산둥 등지)에서 ASF가 퍼지고 있는데 정작 중국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과 대만에서 중국 방문객이 몰래 들여온 소시지에서 ASF바이러스가 발견되었는데 지난 2018년도부터 발생한 2형과 신형(변이형) 두 가지가 동시에 검출되었다는 내용이다.이 방송을 본 며칠
자돈을 사다 키우는 이가 한밤중에 전화를 했다. 물론 시간은 10시 반을 갓 넘긴 때이지만, 초저녁 잠이 많은 나에겐 영혼이 빠져나가는 시점이기도 해서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해당 농장은 평소에도 돈군이 섞이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탈이 잘 나던 농장이었는데, 그만큼 병이 많으니 농장주도 ‘병이야 돼지가 있으면 늘 있는 것이려니…’ 하면서 키웠다.이 때문에 어지간한 상태 가지고는 전화도 잘 하지 않고 대충 자신의 상식선에서 치료하든가 도태하든가 해왔었다. 그런 그가 야심한 밤에 필자에
이런 저런 노력에도 귀를 물어뜯는 증상이 나와서 돌아버리겠다고 네팔에서 온 젊은 관리자가 유창한 우리말로 얘기한다. 참 대단한 친구들이다. 필자는 중국에 3년이라는 시간을 있으면서도 저 정도로 유창하게 중국말을 할 수 없어서 힘들었는데…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면서 그의 혼잣말 같은 설명을 들었다.그러면서 뜬금없이 분만사에서 포유자돈의 견치를 잘라야 하겠다고 내게 선언하듯이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돼지들의 귀가 온전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 그러나 그건 최선책이 아닌 차차선책 정도의 방법이라고, 이미 그의 말을 부정하
근년에 들어 몇몇 외국계 종돈이 들어오면서 국내 무림양돈계는 번식성적 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로)급격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소위 ‘고능력 번식돈’이 일반 농장에 널리 입식되면서 총산자수와 포유개시두수가 ‘깜놀’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 사건이 그것이다.살짝 과장한다면 이제 포유개시두수 15두? 이는 뉴스거리 축에도 들지 못하는 평범한(?) 얘기가 되었다고 어깨에 힘주는 고수들도 자주 등장한다고 강호의 저잣거리에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이렇게 번식성적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일들은 진심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무림양돈계를 돌아보자면 지난 30여 년간 많은 질병들의 발호가 있었고, 또한 이를 막아내려는 노력의 결과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이나 항생제 등이 무협지의 의로운 협객이나 영웅처럼 등장하여 강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일거에 몰아내는 드라마 같은 일도 적지 아니 있었다.예를 들자면 PRRS나 PCVAD같은 질병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이 없던 시절엔 양돈농가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수많은 종류의 항생제와 이런저런 혈청학적인 요법, 온갖 위생적인 사양관리나 환경관리 기술을 들이대도 멀쩡하던 자돈
일전에 포유자돈의 피부병(삼출성표피염)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더니 강호의 열혈 독자님들 중에서 본인 농장에서 발생하는 피부병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나 보다. 사진을 몇 장 보내와서 ‘이게 무슨 피부병인지 알려달라’는 주문이 몇 건이나 들어왔다.이거야 원~ 수의사가 무슨 부채도사도 아니고 단지 사진을 보고 병을 진단하라고 하니 대략 난감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정안수 시원하게 한 사발 떠놓고 부채신에게 여쭈어 볼 수밖에 …물론 사진은 그것과 관련된 저간의 사정을 상세히 들어봐서 답을 주어야 하겠지. 초산모돈
초보 양돈 사양가가 사진을 보내왔다. 열흘도 안 된 포유자돈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데, 병명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삼출성 표피염’이다.‘삼출성(渗出性)’이라는 말은 몸에 어떤 염증이 생겼을 때 핏줄이나 미세한 구멍에서 조직이나 체강(體腔) 속으로 세포성분이나 액체 등이 스며 나오는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다.일단 오늘은 피부에 국한된 질병을 얘기하는 것이니 예를 들자면, 피부에 스며 나오는 진물이나 고름 등을 생각하면 쉽겠다.일반적으로 이 질병은 포유자돈에서 비교적 자주 보이는(발생하는) 질병이지만, 가끔은 이유자돈이나 그 농장에 새
생각해 보니 호랭이 전자담배 먹던 오래 전 일이다. 돌연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서 긴급 방역을 하느라 농장마다 백신 접종을 지원해 주고 있었다.많은 이들이 양돈장에 들어가 백신 접종을 하는데 문제는 이들 중엔 돼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점이었다.일은 많아 시간에 쫓기고 돼지에게 주사를 어떻게 놓는지 처음 해보니 그랬는지 손이 닿는 대로 마구마구 아무데나 찌르는 것이었다.보다 못한 필자가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함부로 주사를 하면 되겠냐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걸작(?)이었다.돼지는 원래 아무대로 주사를 찔러도 된다고… 순간
최근 포천에서의 ASF 발생 소식과 함께 한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는데, 발생 농장에서 살처분 후돈사를 수세 소독하면서 마무리를 특정 훈증소독제로 처리하였다는 것이다.아마도 ASF바이러스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한 재발생을 우려해 보다 강력한 소독을 위해 훈증소독을 결정한 모양인데…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훈증소독’은 사실 축산뿐만 아니라 식품, 농업, 국경검역, 고고학관련 분야 등에서 매우 폭 넓게 사용되는 소독방법이다.훈증소독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소독 대상에 대한 사각(死角)지대를 최소화하고, 입체적이고 실질적인 소독
(사진 1)에서 보이는 자돈의 다리는 이미 회복 불능처럼 보인다. 분만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살풍경(殺風景)의 하나이다. ‘발견이 빨랐다면 적절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광경이다. 물론 해당 농장의 주인은 그러진 않았지만, 언젠가 있었던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이는 다짜고짜 상처에서 원인균을 분리하여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있었다.그리하면 농장에서 관절 질환을 완전히 없앨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물론 고객의 요청이니 그대로 해주었고 결과적으로는 일종의 포도상구균이
모돈이 식욕도 있고 열도 없는데 유선이 전체적으로 붓고 젖내림이 시원치 않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바로 유방부종 증상이다.부종이 심해지면 유선 전체는 물론 뒷다리 사이를 지나 외음부 아래까지 피부층과 복부 조직 깊이까지 체액이 몰린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젖내림이 원활치 않게 되고 유질까지 나빠지게 되며 붓기가 심할 경우 자돈들이 젖꼭지를 물거나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져서 기아에 빠지게 된다.아주 가끔은 유방부종 증상으로 속을 썩이면서 ‘사료의 품질 탓’을 하는 사양가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무릇 사람의 심리
작년 봄인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ASF 방역실시요령’ 고시 제정 전 (사)한국돼지수의사회에도 의견을 물어보았다.돼지수의사회는 나름 양돈의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니 당연히 여러 가지 세부적인 의견을 냈지만 그 이후에 나온 제정안을 살펴보니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돼지수의사회의 의견이 무시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양돈농가에게 끼칠 이해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그야말로 돼지수의학 분야에서 내공이 깊은 전문가들 집단이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실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축산
양돈현장에서 돼지의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것에 알맞은 처방을 하고 사양이나 사육환경상의 문제점을 찾아 교정하는 일은 쉬운 일일까?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농장주나 관리자) 자신의 돼지에게서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증상이 발견되었을 때 ‘이러저러한 증상이니 어떤 질병이겠군’하며 별다른 망설임 없이 약을 해당 돼지들에게 사용할 것이다.소위 ‘자가 진단, 자가 처방’을 이렇게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을 보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돼지나 아파서 죽은 돼지를 전문 병성감정기관에서 진단하면 간
‘조현병(調絃病)’이란 병명을 처음 들었을 때 줄(현악기의 그 ‘현’자를 쓴다)을 조절하는 병이라니… 병의 이름 치고는 무척이나 고상하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내가 어떻게 이런 병명이 있는지도 몰랐었지?’ 하면서 새삼 자신의 무지에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조현병’이란 병명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결코 새로운 병을 일컬음이 아니고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표현되었던 것을 이렇게 바꾸어 부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최근에 여러 방송매체에서는 마치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무척이나 공격적이기만 한
F1 모돈을 생산하는 종돈장에서 연락이 왔다. 한 편의 짧은 동영상과 함께.동영상 속의 불쌍한 자돈은 심각한 신경증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고통스러워서인지, 자기의 몸이 마음 먹은 대로 통제가 안되어서 그런 건지 날카로운 비명을 간간이 지르고 있었다.▲ 뇌막염의 전형적인 사례간단히 말해 그 동영상 속에 나타나고 있는 증상은 뇌막염의 전형적인 그런 것이었다. 동영상을 보내 준 농장장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걸 보면 대뜸 ‘이유자돈 뇌막염이구만…’이라고 쉽게 얘기한다.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연쇄상구균
가을 장마가 끝나고 나서 ASF 양성 멧돼지 발견 지역과 수변구역 인근의 양돈장에서 ASF 발생을 우려한 바 있었다.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는데, 지난 9월 19일 강원도 양구와 9월 28일 경기도 김포에서 ASF가 또 발생한 것이다.이로써 사육돼지와 멧돼지를 포함해서 2,700건 가까이 발생 보고가 된 셈이다. 정부가 광역울타리를 2,000km 가까이 되도록 열심히 만들었지만 ASF바이러스를 가진 멧돼지들과 ASF바이러스는 보란 듯이 그 선을 넘어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근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었다는데
‘한 주에 몇 복이 분만하는지’ 즉, ‘주간 분만복수’는 양돈장에서 매우 중요한 번식지표로 인식한다.당초 계획한대로 분만복수가 일정해야지 이에 맞추어서 설계한 시설이 무리 없이 활용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계획한대로 비육돈 판매가 이루어져 농가 수익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당연히 계획한 바와 같은 안정적인 ‘주간 분만복수’를 유지하려면 그 이전에 주간 수태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모돈을 안정적으로 교배시켜야 한다.또한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매주 이유하는 모돈들의 재귀발정이
금년 여름이 유달리 혹독하게 느껴졌던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에 더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위의 강도(强度)와 기간은 더욱 강해지고 길어질 것이라는 막연했던 생각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아 더욱 두려움이 깊어진다.여름의 이런 혹독한 더위는 어쩌면 인간보다 돼지들에게 더 가혹한 조건이 될 것이다. 그 증거를 보자면 단적으로 여름철 몇 개월의 모돈 폐사율을 다른 계절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각종 통계를 보면 매년 7월, 8월의 모돈 폐사율은 다른 기간에 비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