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 일하는 이가 전화와 함께 보내준 사진 속의 돼지들은 아주 전형적인 직장탈(탈홍)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건강한 상태의 육성돈들이었다(아마도 이유하고 나서 약 한 달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농장의 돼지들이 대부분 이 정도의 상태라면 이유 후 사양환경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것이고, PRRS같은 못된 질병에 조기 감염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농장주며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드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돼지들에게서 뜬금없이 직장탈이 툭툭 튀어나온다면 그 상심(傷心)과 허탈함이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 (사진 1) 격리된 돼지들의 엉덩이에 직장탈의 흔적과 함께 요오드계 소독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이 도포되어 있다. 돼지들은 대부분 외모와 안면부 등이 깨끗하고 건강엔 이상이 없어 보인다.
▲ (사진 1) 격리된 돼지들의 엉덩이에 직장탈의 흔적과 함께 요오드계 소독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이 도포되어 있다. 돼지들은 대부분 외모와 안면부 등이 깨끗하고 건강엔 이상이 없어 보인다.

직장탈은 일반적으로 2개월 이상의 외견상 양호한 육성돈에서 발생이 잦다. 물론 모돈 등의 번식돈에서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크기로 나타나며 작게 나온 경우엔 간혹 다시 자연스럽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탈출된 부위에 조직액이 몰리면서 붓게 되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지는 못하게 된다. 

게다가 같은 돈방의 호기심 충만한 동료들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윤기나는 ‘이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사정없이 입질을 하게 되어 탈출된 부위는 심각하게 손상된다.

보통 관리자들이 직장탈을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해당 돈방 돼지들의 주둥아리 주변이나 몸뚱아리 곳곳이 피로 물들게 되고 돈방시설 여기저기에도 혈흔의 흔적이 남게 되므로 관리자들은 해당 돈방에 이런 문제가 있음을 쉽게 감지하게 된다.

▲ (사진 2) 모돈의 직장탈 (출처 : Journal of Veterinary Medicine Vol.7 No.8)

이렇게 탈출된 부위는 물론 인위적인 노력으로 복구시킬 수는 있지만 잘못하게 되면 손상된 점막의 상처가 아물면서 유착이 생기고 이로 인해 항문이 폐색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배변이 방해를 받아 대개 복구 후 2~4주 후부터 복부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게 된다. 

물론 양돈현장에서는 직장탈의 병력이 없던 돼지에서 이런 복부팽만 증상이 나타나서 결국 도태되거나 폐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살모넬라 감염증에 의해 직장 점막이 괴사되고 다시 이 부위가 유착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PRRS 등의 감염 확산으로 인해 속발적으로 살모넬라 감염증이 크게 늘어난 농장에서 육성돈군이 이렇게 다치는 것을 드물지 않게 봐왔다. 

직장탈이 발생할 가능성 있는 원인이나 조건으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설사증과 관련된 문제나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과도한 기침으로 복압이 증가해서 일어나는 경우, 대장염으로 결장에서 비정상적인 발효가 일어나면서 복압이 증대하여 발생하는 경우, 추운 겨울날 돈사 내 온도가 지나치게 낮아 서로 뭉치면서 복압이 증대되어 생기는 경우, 지나친 과밀사육으로 서로 몸이 포개지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상기 농장의 경우에는 위에 열거한 원인들을 대부분 피해가고 있었다.

(사진 3)에서 볼 수 있다시피 돼지들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여서 호흡기 증상이나 설사 증상을 의심할 수는 없었고 전해들은바, 해당 농장은 비교적 현대적으로 꾸며 온도관리가 합리적이어서 서로 뭉쳐 있지 않았고 사육밀도 또한 적당하였다고 한다. 

▲ (사진 3) 직장탈의 병력이 없는 육성돈에서 항문폐색증이 나타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원인으로 무엇이 있을까? 돼지가 먹는 것, 즉 사료의 문제일까?

경험적으로 확인이 된 바는 없지만 곰팡이에 오염된 사료나 또는 섬유소 함량이 지나치게 낮은 양돈장에서 흔히 얘기하는 엄청 찰진(에너지나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아서 상대적으로 섬유소 함량이 낮을 수밖에 없는) 사료 탓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사료를 사용하는 인근 양돈농가를 두루 살펴보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답변이다.

그런데 농장의 여러 관리 형태를 살펴보던 중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농장에 특별한 질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농장에서는 몇 가지 항생제를 해당 구간의 사육단계에서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농장주는 ‘항생제를 사료첨가해서 오랜 기간 먹이면 그 기간 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런저런 세균성 질병이 예방, 치료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그리 첨가하는 것이라 했단다. 

물론 항생제는 여러 가지 병원성 세균을 죽이거나 억제하기 위해 투여한다. 그러나 항생제는 병원성 세균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장 속에 정상적으로 분포하면서 돼지에게 유익한 역할을 하는 정상세균총까지 모두 죽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엔 항생제에 죽지 않는 세균이나 진균류들만이 살아나서 장 속에 번성하여 이상 발효나 설사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선 항생제를 줄이거나 일정기간 끊어보는 것을 권했다. 그리고 동시에 해당 돈군에는 지금보다 섬유소 함량이 높은 사료를 일정 기간 써 볼 것과 질 좋은 유기산과 유산균제제도 사용할 것을 조언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왕에 직장탈이 발생한 개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가장 먼저 신속하게 돈방에서 빼내서 환돈칸에 두는 것이다.

과거에는 빠져나온 직장을 억지로 집어넣고 항문을 결찰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렇게 하면 상처난 점막이 치유 과정에서 유착되어 항문폐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 (사진 4) 다양한 구경의 렉탈링
▲ (사진 4) 다양한 구경의 렉탈링

외국에서는 렉탈링(Rectal Ring)이라고, 탈출된 부위를 복원하고 상처난 부위의 유착을 방지함과 동시에 배변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자바라호스를 잘라서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하면 치료 성공률이 많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황윤재 수의사
와이제이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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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E-mail : tommary@hanmail.net
▣ 출처 
피그앤포크한돈 2024년 3월호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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